제주의 마을여행은 카름스테이에서

카름스테이는 제주를 여행하는 새로운 방식입니다. 카름은 작은 마을을, 스테이 (Stay)는 머문다는 의미를 말하는데요.

즉 제주의 마을에 머물며 현지인의 삶에 동화되는 경험을 해보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꼭 한번 가봐야 할 스폿 구경도 좋지만, 숨은 작은 마을을 찾아 그곳의 역사와 문화, 마을 주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는 체험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서울보다 3배 정도 큰 제주도에는 마을이 172개 있습니다. 모든 마을은 각기 다른 풍경과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며 살아 갑니다. 이런 마을에 잠시 머물며 그동안 미처 알지 못한 제주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여행이 카름스테이의 지향점 입니다.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나무 사이를 걸어보고, 마을의 유래와 문화, 음식을 발견하며, 마을사람과 안부를 주고받는 경험. 제주 카름스테이는 멈추는 결심과 동시에 마을 깊숙이 들어가 새로운 관계를 맺는 매력적인 여행 방법입니다.

멈춤과 머묾의 여행이 시작되는 이 곳에서 대표적인 카름스테이를 만나봅니다.

동카름

해녀의 숨결이 있는 곳, 세화마을

제주도 동쪽 끝으로 향하는 길. 멀리 해녀박물관과 ‘세화해녀민속오일시장’ 사이 세화해변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검은 현무암과 하얀 모래, 에메랄드빛 바다가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 세화마을입니다. 세화마을은 다채로운 풍경과 이야기를 품은 곳 입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세화해변이 있고 활기 넘치는 세화오일장과 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도 있습니다. 한적한 골목에는 책방, 빵집, 레스토랑, 소품 숍 등작지만 개성 있는 가게가 여럿입니다. 마을 곳곳에 있는 해녀의 발자취를 좇는 것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해녀박물관에서 출발해 해안길을 걷다 보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해녀탈의장, 바다의 신을 모신 갯것할망당, 해녀의 통과 해녀 동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걸 잇는 ‘숨비소리길’은 해녀가 물질을 하러 부지런히 누비던 길입니다. 숨비소리는 해녀가 잠수 했다가 물에 떠오를 때 내뱉는 휘파람 소리를 의미하는데요.해녀의 마을답게 이곳의 대표 프로그램은 해녀 체험학교입니다. 4일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현직 해녀와 함께해 더 특별함을 줍니다. 물질부터 해산물 손질법, 그리고 요리까지 해녀 삼촌에게 직접 전수받습니다. 체험이 끝난 뒤에는 명예 해녀증을 받을 수 있는데, 마을 가게에서 각종 할인 혜택이 주어집니다. 이 밖에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과 마을 안내는 질그랭이센터를 이용하면 됩니다. 여행자센터와 카페, 공유 오피스와 숙박 시설까지 갖춘, 여행자의 안식처 같은 곳입니다.

서카름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저지리 예술인마을

제주도에 거주하는 다양한 예술인의 삶과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 저지예술인마을입니다. 전국 각지의 예술가가 모여 작품 활동을 하는 창작 공간이자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제주현대미술관,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등 굵직한 미술관과 크고 작은 갤러리가 마을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지예술인마을을 알리는 표지석은 마을의 첫 주민이었던 서예가 현병찬 선생의 작품입니다. 그는 자신의 ‘먹글이 있는 집’에서 최근까지 전시회를 개최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에 있습니다. 정갈한 큰길을 벗어나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조금은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누군가의 작업실로 보이는 고요한 공간, 화려한 페인팅으로 뒤덮인 창고는 방문객의 호기심을 더합니다. 그림, 서예, 사진, 공예, 음악등 여러 분야의 예술가가 보이지 않는 골목 어딘가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을의 문화적 향취가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저지오름,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곶자왈, 야생화 천국 방림원까지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명소가 넘치는 곳. 저지예술인마을은 여유를 갖고 찾길 권합니다. 표지석의 작은 문구, 우연히 마주친 벽화 하나도 놓치기 아깝기 때문입니다. 해설사와 함께하는 트레킹과 무드등·대나무피리 만들기, 향토밥상과 빙떡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은 마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예술인과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줍니다.

알카름
마음마저 붉게 물들이는 신흥2리 동백마을

서귀포 신흥2리의 겨울은 화려합니다. 1월이면 동백꽃이 마을을 붉게 물들이기 때문입니다. 신흥2리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동백마을’ 대부분 감귤 농사를 짓던 마을 주민이 뜻을 모아 지난 2007년, 동백마을로 이름을 바꾸고 동백을 테마로 한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은 산책하기에도 제격입니다. 지금도 감귤 농사를 짓는 집이 많아서인지, 돌담 너머 집집마다 감귤나무가 즐비하고 붉게 핀 동백꽃은 마을에 생기를 더합니다. 산책길 한편에서 만난 동백나무숲길은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300년을 훌쩍 넘은 동백나무가 하늘을 가릴 듯 울창하고 숲 사이에 놓인 나무 데크 위로는 전날 비바람에 떨어진 동백잎이 붉은 꽃길을 만들었습니다. 마치 천연 레드카펫 위를 걷는 느낌이랄까요?

가을 풍경은 또 다른 모습입니다. 9월 말이면 마을 어르신이 삼삼오오 모여 앉은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백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주워 담기 위해서이기도 한데요. 열매 안에서 작은 밤송이 같은 씨앗을 꺼내 모은 후 동백마을 방앗간에 가져가면 잘 말린 뒤 볶아서 동백기름을 짜냅니다. 이렇게 만든 동백기름을 활용한 음식은 ‘동백마을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메뉴 구성부터 요리까지 마을 주민이 셰프가 되어 맛있고 건강한 동백 한 상을 차려 냅니다. 동백기름을 활용한 비누·화장품 만들기 체험뿐 아니라, 고사리 파스타 원데이 클래스와 공예 체험도 눈길을 끕니다. 마을 사람과 교감하며 소박한 마을 풍경을 감상하고 자연이 선사하는 건강한 마을 음식을 맛보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에 동백나무 한 그루 품게 될지도 모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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