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천국, 이탈리아 포시타노

상큼 탈큼한 포사타노의 하루

포시타노와 소렌토를 비롯한 주변 지역은 레몬이 유명하다. 여름엔 온난 건조하고 겨울엔 온난 다습
한, 지중해 특유의 온화한 기후는 레몬과 같은 상큼한 작물이 잘 자라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도 이곳 레몬은 유명하다. 영어권 사람은 ‘소렌토 레몬’이라고, 지역 주민은 ‘스푸사토 아말피타노’라고 한다. 자연의 혜택을 듬뿍 받고 자란 작물이건만 이곳의 레몬은 사뭇 울퉁불퉁하다. 샛노란 바탕에 초록빛 반점이 콕콕 찍혀 있기도 하다. 엄격한 관리 아래 화학 비료나 농약,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 농법으로 재배하는 까닭이다. 포시타노에서는 해변가, 골목 구석구석 레모네이드와 셔벗 등을 파는 상점이 자리해 산책하는 동안 상큼한 냄새를 자주 맡을 수 있다.

버스에서 내려 골목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 송골송골 이마에 맺힌 땀도 식힐 겸 레몬 셔벗을 먹기로 했다. 상체가 발달한 주스 가게 사장은 주문을 받자마자 레몬을 능숙하게 자른다. 레몬은 솥뚜껑만 한 손보다 더 큼직하다. 두툼한 손이 순발력 있게 움직이며 레몬 덩어리의 꼭지 부분을 따고 속을 파낸 뒤 얼음과 시럽을 넣고 간 다음 다시 레몬 껍질 안에 채워 넣는다. 윙크와 함께 건네는 레몬 셔벗을 받아 들고, 좁은 길을 따라 바닷가로 향했다. 따스한 햇살, 상큼한 레몬 셔벗, 아기자기한 골목….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기분이 점점 고조된다.

내리막길 끝자락, 포시타노의 중심지 스피아자 그란데 해변에 다다른다. 잿빛 모래가 깔린 아담한 해수욕장에 오렌지색 파라솔이 즐비하다. 신을 벗고 모래사장에 올라서자 달그락거리는 모래가 발가락 사이를 감미롭게 쓸어준다. 모래라기보다 자그마한 자갈에 가깝다. 맑고 투명한 옥빛 바닷물에 발을 담그니 찬 기운에 전율이 인다. 해수욕을 즐기는 가족과 태닝 삼매경인 커플 등 휴가를 즐기는 이들로 해수욕장은 북 포시타노 인근의 아담한 해수욕장에서 휴양객들이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적인다. 그 활기찬 분위기에 풍덩, 몸과 마음을 내던진다.

스피아자 그란데 해변을 중심으로는 노천카페와 레스토랑 기념품점이 부채꼴로 늘어서 있다.

아담한 건축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그 중심으로 돔형 지붕을 얹은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포시타노의 랜드마크인 산타 마리아 아순타 성당이다. 이탈리아의 화려한 도자기인 마욜리카(Majolica)로 장식한 형형색색 지붕이 심플한 주변 건물과 대조를 이룬다. 성당은 10세기경 베네딕트 수도회에서 지었는데, 화려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순백색 바탕에 황금으로 비교적 단정하게 장식했다.

성당을 나오니 어느덧 하늘이 어둑해진다. 언덕을 따라 숙소로 오르는 길에 가로등이 하나 둘씩 켜진다. 저물녘 포시타노는 한층 낭만적이다. 좁은 골목으로 할로겐 조명 특유의 노란빛이 가득 차고, 그너머로 보랏빛 하늘이 보인다. 자연스러운 색의 대비에 가슴 뭉클함을 느끼며 해산물 전문 요리점으로 향한다. 도시는 아담하지만 훌륭한 레스토랑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 바로 포시타노다.

레 시레누세(Le Sirenuse) 호텔의 레스토랑인 라 스폰다(La Sponda)를 비롯해 알 팔라초(Al Palazzo), 넥스투(Next2) 등은 몇 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해안 도시에서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보는 게 인지상정. 갑각류를 푸짐하게 쌓아 올린 요리, 바삭한 오징어튀김과 생선튀김 그리고 신선한 화이트 와인까지 한 상 가득 만찬을 즐겼다. 지역 공예가가 직접 만든 알록달록한 도자기가 식사에 흥취를 더한다. 요리는 맛있고 분위기는 멋있고, 탁 트인 테라스 너머로 야경 찬란한 도시는 아름답기만 하다. 그렇게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달콤한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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