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투자자 중국 T10 주식규모 증가

올해 들어 한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중국 대표 기술 기업 10곳(T10)의 주식 규모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 ‘매그니피센트7(M7)’의 주가가 정체되는 동안, 중국의 T10이 새로운 대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전쟁과 중국의 기술 혁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투자 흐름에 변화를 가져온 결과로 분석됩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T10 주식 보유 규모(넷이즈 제외)는 지난 25일 기준 13억1626만 달러(약 1조8921억 원)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94.9% 증가한 수치입니다.

‘T10’은 홍콩 및 중국 본토에 상장된 대표 기술 기업 10곳을 지칭하는 용어로, 올해 들어 9.5% 상승한 홍콩 항셍지수의 주요 상승 동력이 되었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 BYD는 올해 주가가 43.0%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국내 투자자 보유 주식 규모도 2억2748만 달러에서 5억1398만 달러로 두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알리바바(39.8% 상승), 샤오미(37.7% 상승) 등 주요 기술 업체의 주가 역시 가파르게 오르며 투자 비중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터리픽10(T10)

BYD,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메이퇀, SMIC, 지리차, 바이두, 징둥, 넷이즈 등 중국 기술 기업 10개를 묶어 부르는 용어.


반면, 지난해 챗GPT로 촉발된 AI 열풍의 중심이었던 M7은 올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7.2% 하락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한 반면, 대부분의 M7 기업은 10% 이상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입니다. 특히 테슬라는 올해 들어 주가가 29.2% 급락하며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로 인해 서학개미들의 미국 빅테크 투자 비중은 여전히 높지만, 보유 금액은 17% 가량 감소했습니다.

중국 기업 투자 증가의 배경에는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촉발한 기술적 재평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올해 1월 딥시크는 챗GPT와 비슷한 성능의 AI 모델을 훨씬 적은 비용으로 개발해 투자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동시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BYD 회장 왕촨푸, 샤오미 회장 레이쥔 등 주요 기술 기업인들과 좌담회를 가진 점도 중국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기술 지원 의지로 해석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다음 달 T10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테크TOP10’ ETF를 신규 상장할 예정입니다. 이는 2023년 5월 이후 2년 만에 출시되는 중국 관련 ETF로,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열기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차이나AI테크TOP10’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차이나AI테크액티브’ 등 여러 T10 관련 ETF도 올해 출시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염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