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테슬라 23조 규모의 AI6칩 생산 확정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손잡고 자율주행차량과 휴머노이드 로봇용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을 생산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양사가 체결한 계약 규모는 165억4,416만 달러, 한화로 약 22조7,600억 원에 달해 삼성 반도체 역사상 최대 단일 수주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공급 기간은 2025년 7월부터 2033년 12월까지로, 8년 반 동안 테슬라 생태계 전반에 쓰일 6세대 AI 칩 ‘AI6’를 책임지게 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8일(현지 시각)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삼성의 텍사스 신공장에서 AI6 칩을 생산할 것이며, 이 칩의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AI6는 테슬라가 2027~2028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6세대 자율주행 전용 칩셋으로, 머스크 CEO가 직접 언급한 대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와 슈퍼컴퓨터 ‘도조’에도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가 ‘삼성 파운드리 기술력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 완성도를 동시에 고려해 협력사를 선정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삼성 2나노미터(㎚) 공정의 경쟁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라는 평가입니다. 테슬라는 TSMC에도 한 세대 이전 칩인 ‘AI5’를 3나노 공정으로 맡겼으나, 한층 고도화된 AI6 칩은 삼성에 전량 의뢰했습니다.

이번 계약액은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매출(약 300조8,700억 원)의 7.6%에 해당하며, 반도체(DS) 부문이 단일 고객으로부터 확보한 수주 가운데 최대 규모입니다. 머스크 CEO는 “실제 생산 물량이 계약서에 명시된 것보다 몇 배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예고해 양사 간 추가 협상이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그간 수율(정상품 비율) 문제와 대형 고객 확보 난항으로 ‘약점’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은 370억 달러가 투입됐음에도 준공이 미뤄져 올해 가동이 불발됐고, 내부에서는 투자 축소론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삼성이 이번에 2나노 수율을 TSMC 수준인 60% 안팎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에 테슬라 수주가 가능했다”는 해석을 내놓습니다. 올초만 해도 40% 선에 머물렀던 수율이 단기간에 개선됐다는 의미입니다.

기술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추가 고객사 확보도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는 퀄컴과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 엘리트2’의 일부 물량을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자사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2나노 기반 ‘엑시노스 2600’ 탑재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파운드리 사업 정상화 움직임에 맞춰 테일러 신공장 건설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사를 재개해 클린룸 마감 작업과 일부 장비 반입을 시작했으며, 현지 파견 인력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늦어도 내년 2분기에는 본격 양산 준비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적자 때문에 저조했던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수익성도 단기간에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삼성전자는 테슬라와의 초대형 계약을 통해 ‘기술력 회복’과 ‘사업 체질 전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의 핵심 AI 칩을 최첨단 공정으로 양산함으로써, 그동안 제기된 우려를 불식하고 추가 시장 확대의 발판까지 마련한 셈입니다.

염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