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금융)가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분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에서 벗어난 기저 효과와 더불어 순이자이익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대출 규제와 국제적 변수 등으로 인해 연간 실적 확대에는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약 4조 8,0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는 ELS 관련 대규모 충당부채 설정으로 인해 금융지주의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으나, 올해는 이와 같은 부담이 줄어들면서 실적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 규제 완화 이후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서 대출 영업이 활성화된 점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은행 간 예대금리차가 크게 유지된 것도 순이자마진(NIM) 확대를 통해 순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주요 금융지주들의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 역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올해 1분기에는 기업대출 관리 강화를 통한 위험가중자산 억제와 충당부채 축소가 CET1 비율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12.13%에서 13.53% 범위에 있었으며, 올해 1분기에는 이보다 더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연간 기준 실적이 비이자 부문의 성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규제가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금융지주들은 보험업 중심의 비이자 사업 확대로 이익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요양사업 진출을 통해 노인 요양시설 설립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관련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금융지주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원화값 변동성 확대 등 국제적 변수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연말로 예정된 CET1 비율 규제 상향 조정(11.5%)도 금융사들에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지주들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1분기 실적이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외부 환경 변화와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연간 실적의 향방은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들의 전략적 대응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성장 기반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염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