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원칙

요즘 부동산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짙은 안개 속이다.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보다는 보수적인 안전위주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실패 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동산 설계에도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조급함은 버리자

부동산 가격은 계속해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이클을 그리며 등락을 거듭한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단기적으로는 크게 오르기 벅찬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구입은 거주와 투자 목적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순수한 거주 목적의 내 집 마련은 구매력이 된다면 공급 과잉 지역을 제외하고는 시기를 굳이 따지지 않고매수해도 된다. 하지만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는 경우 지금 가격은 부담스럽다. 이럴 때는 마켓 타이머보다는 바겐 헌터(Bargain Hunter, 헐값 사냥꾼)처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괜찮은방법이다. 부동산 시장이 불규칙하게 움직일수록 투자 기회도 많아진다. 이번 기회가 아니더라도 다음에 기회는 또 온다. 부동산 설계에서 최대의 적은 쓸데없이 서두르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은 입지 선택 못지않게 가격도 중요하다. 어찌 보면 매입 가격을 낮추는 것이 성공 자산관리의 출발인지 모른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대세 상승기가 아닌 불황기에는 매입 가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낮은 가격에 매입했기 때문에 가격이 일부 떨어져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저가 매입은 불확실성이 강한 시장에서 투자자가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데 필수 요소다. 싸게 사는 것, 그것은 보수적 투자자들에게 가장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싸게 사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전망은 옷깃에 스치는 바람 같은 것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일수록 자신이 출렁이는 부동산 시장에서 ‘파도타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행동하려고 한다. 이는 시점을 잘 포착해 사고파는 일을 능수능란하게 해낼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나온다. 문제는 예측의 낮은 적중률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Peter Lynch)는 “미래를 예측해서부를 일군 사람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40년 가까이 금은방을 운영하는 70대 주인도 “솔직히 금값이 오를지 내릴지 맞힌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예측할 때 쓰는 도구는 주로 과거의 경험과 추세다. 피터 린치의 말처럼 ‘자동차 백미러로 앞을 내다보는 꼴’이다. 하지만 미래는 과거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망은 자주 틀린다. 오죽하면 ‘전망은 틀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있을까. 투자 시장의 흐름을 미리 예측해서 성공했더라도 순수한 실력 덕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운이 그만큼 따라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장은 수시로 움직이는 유기체다. ‘내가 이쪽으로 움직이겠지’라고 생각하면 어느새 다른 곳으로 달아나 버린다. 전망은 마치 옷깃을 스치는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이다. 그러하니 함부로 예측하거나 전망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장의 흐름을 겸허하게 경청하는 오픈마인드가 중요하다. 아서 오설리반의 <도시경제학>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경제를 예측하는 사람은 사시(Cross-eye)의 투창 선수와 같다. 그는 정확성을 다투는 시합에서는 별로 이기지못한다. 그러나 군중의 이목을 계속 받을 것이다.” 요즘 경제 예측이 하나의 매력적인 비즈니스가 되어버렸고, 예측에 빌붙어 먹고사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틀리더라도 손해 배상하라는 항의가 없으니 틀려도 그만이다. 어떻게 보면 예측 산업이라는 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활용한 리스크 없는 장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전망에 목숨 걸지 마라. 잘 안맞는다” 하는 것이다. 지금은 광속의 시대라 자료를 모아 분석하는 순간 구버전이 된다.


그래서 전망 얘기가 나오면 그럴 수 있겠구나, 그런 견해가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도 수시로 헛다리 짚는 불확실성의 시대, 특정 전망을 맹신하는 팬덤만큼 무서운 게 없다. 거듭 말하지만 전망은 잘 안 맞으니까 섣부른 전망을 하기보다는 우연성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필요’는 ‘투자’보다 먼저다


지금 부동산을 사야 하는 때인지를 놓고 많은 사람이 갈등을 겪는다. 나중에 후회할까 두려워 의사 결정을 쉽사리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투자’보다는 ‘필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집도 투자보다 필요로 구매하면 맘이 편하다. 가령 같은 아파트를 분양받더라도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일 때는 가격이 춤출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월세를 목적으로 분양받을 때는 수시로 출렁이는 가격 변화에 덜 불안해진다. 월세를 놓기로 했다가도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자신이 입주하겠다는 탄력적인 생각을 가진다면 마음이 평온해질 것이다. 투자는 필요를 충족한 뒤 여력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른 자금 운용은 사람에게 여유와 느긋함이라는 마법을 안겨준다. 투자가 필요보다 앞설 경우 삶도그만큼 살얼음판이 된다. 자신에게 되물어보라. 당신이사려는 부동산이 투자인지, 필요에 의한 구매인지

틈새 상품보다 메인 상품이 낫다

일반적으로 불황이 오면 틈새 상품을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뭔가 불황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틈새 상품은 오히려불황기에 취약한 상품이다. 나무를 예로 들어보자. 평상시에는 몸통(메인 상품)과 곁가지(틈새 상품)는 큰 차이가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뭄이 한두 달 아니라 3년 이상 지속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몸통은 끄떡없지만 곁가지는 말라비틀어져 결국 부러진다. 틈새 상품은 주류 시장이 아니라 비주류 시장에 속한다. 비주류 시장은 수요자가 많지 않아 거래가 뜸하다.


잠깐 인기를 끌었다가 소리 없이 사라진다. 과거 한때 폭발적 관심을 끈 수익형 펜션, 테마형 쇼핑몰, 서비스드레지던스는 부동산 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어졌다. 틈새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부동산 중개업자가 드물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은 거래로 먹고사는 유기체다. 중개업자가 드물다는 것은 그만큼 매매가 활발하지 않아 거래로 먹고살기 어렵다는 의미다. 틈새시장에서는 중간에 손절매를 하고 싶어도 살 사람이 드물고 중개할 사람도 없어 뜻을 이루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 하나, 틈새 상품의 단점은 용처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령 옷 가게 중심의 테마형 쇼핑몰이 임대되지 않을 경우 주인이 직접 나서 옷 장사를 하기는 쉽지 않은일이다. 또 다른 틈새 상품인 생활형 숙박 시설, 분양형호텔의 미래는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염두에 둘 것은 수익 약정 기간에는 수익률이 높더라도 그 이후에는 수익을 보장할 수 없으며 매각 또한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임대 수익을 약정하는 업체가 공공 기관이 아니라 중소 규모 시행사라는 것도 체크해야 한다. ‘월 000만원 보장’, ‘연금처럼 꼬박꼬박’, ‘평생수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마치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것처럼 뻥튀기식 광고를 하는 곳은 일단 피하는 게 좋다. 해당 분야에 전문 지식이 없다면,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틈새 상품보다는 메인 상품이 낫다. 남들이 많이 사고파는 메인 상품인 대단지 아파트가 차라리 낫다. 아파트는 여의치 않으면 임대할 수 있고 나중에 되팔기도 좋다. 강조하건대 직장인은 특별한 이유가 있지않는 한, 퇴직 전에는 부동산은 아파트만 고수하는 것이좋다. 수익용 부동산으로 꼽히는 원룸이나 다세대주택은 퇴직 이후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지경제신문 염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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