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트렌드가 대세

마트에서 비닐 라벨이 붙은 생수 대신 라벨이 없는 제품을 골랐다. 플라스틱 트레이를 없앤 소포장한 김을 종이 패키지에 담은 신제품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호기심에 구매해본 설거지 비누는 만족도가 높다. 친환경 수세미는 팔뚝만 한 크기가 1,000원밖에 하지 않았는데, 잘라서 설거지 비누와 사용해보니 거품이 풍성하고, 기름때도 잘 닦인다. 나도 모르는 사이 친환경 아이템을 일상 곳곳에서 즐겨 사용하는 요즘.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등 분야를 막론하고 지속가능성을 위한 움직임이 트렌드이자 당연한 마케팅으로 자리 잡았다.

6월 5일은 환 경의 날이다. 기왕이면 지구를 위한 소비에 주목해보자.

패션의 미래

패션은 대표적인 환경 파괴 산업이었다. 매일 쏟아지는 신상은 패션 피플을 환호케 했지만, 남아도는 재고와 몇 번 입고 버려지는 의류 쓰레기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어마어마했기 때문. 기후 위기 시대에 패션 업계 역시 친환경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 코오롱FnC의 업사이클링 기반 패션 브랜드 ‘래코드’가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인테리어에도 신문지로 만든 펄프 보드, 고택에서 사용한 목재와 기와 등 재활용 k자재를 활용한 점이 눈길을 끈다. 추억이 담긴 오래된 옷을 가져오면 디자이너와 상담해 새로운 디자인의 옷으로 업사이클링하는서비스도 제공한다.

아웃도어 브랜드 ‘K2’는 폐페트병, 폐어망, 공업용 옥수수 등 친환경 소재에서 추출한 사로 만든 ‘에코 프로젝트’ 라인을 출시했다. 폐어망이 주원료인 아노락은 신축성이 좋아 작동성과 착용감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가방 브랜드 ‘플리츠마마’ 역시 어망과 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원사로 만든 다양한 컬러의 가방을 선보이고 있다. 고기잡이 도구가 아닌 패션 소재로 재탄생한 어망의 변신이 놀라울 따름이다.

“에코백, 텀블러 등 환경을 위한 아이템 모두 최소 200번 이상 사용해야 ‘친환경’ 효과가 있다”고 하니 친환경 물건을 구매하기보다는 이미 갖고 있는 물건을 오래 쓰는 것이 가장 좋다. 한때 섬유산업의 중심지였던 대구에서 의류 폐기물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빠른 소비를 지향하는 패스트 패션 문화에 익숙한 현대인의 생활 방식을 되돌아보자는 취지의 전시 <최소한의 옷장>이다. 의류의 생산 및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소비자가 재사용, 재활용, 기부 같은 방법으로 옷을 활용할 방안도 제시한다. 전시는 대구섬유박물관에서 10월 1일까지 계속된다.

생활 속 작은 변화의 힘

친환경 트렌드와 더불어 하나둘 생겨난 제로 웨이스트 숍도 이제 낯설기보다는 반갑다. 대나무 칫솔과 샴푸 바,고체 치약 같은 익숙한 제품부터 폐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폰케이스, 치약 짜개 등 매번 새로운 제품이 등장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열된 다양한 제품을 보다보면 도전 의지가 샘솟는다. 많은 이가 처음에는 어려워하지만 만족도가 높다고 알려진 분야가 바로 리필스테이션이다. 용기를 직접 가져와 매장에서 각종 세제, 샴푸, 스킨케어 화장품 등 내용물 만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용기를 챙겨 와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새 제품을 샀을 때 소비하는 플라스틱을 줄이고, 사용할 만큼 구매 가능하니 경제적이다.

서울 제로웨이스트샵 원점, 알맹상점 리스테이션, 울산의 지구맑음, 광주의 오션클라우드 등 전국 200여 곳에서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한다. 하남 스타필드에 입점한 아로마티카, 코엑스의 록시땅 매장에도 리필스테이션이 있으니 방문해보자. 일주일에 한 번 재활용 쓰레기를 버린다. 1인 가구지만 일주일 동안 쌓인 플라스틱 양이 어마어마하다. 방울토마토가 들어 있던 플라스틱 케이스, 샴푸통, 배달 주문한 음식 용기까지 일주일 동안 내가 무엇을 먹고 마시고 구매했는지 플라스틱 쓰레기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이 중 가장 많은 쓰레기는 배달 음식에서 생긴다. ‘용기내 챌린지’는 연예인과 여러 인플루언서를 통해 알려졌다. 배달이나 간단한 식자재 구매 시 내가 가져간 용기에 내용물을 받아 오는 방식이다. 이 챌린지를 위해서는 먼저 매장에 전화해 개인 용기에 음식을 받을수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냄비나 반찬통 등을 챙겨 식당에 가져가면 크기에 맞게 음식을 담아준다.

용기내 챌린지를 경험해본 이에 따르면 생각보다 호의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먹고 남은 음식은 담아온 통 그대로보관할 수 있으니 더 좋다. 유튜브 채널 ‘쓰레기왕국’에서는 다회 용기에 포장하는 과정과 노하우를 전수한다. 식당 후기를 자세히 보고 음식 양을 가늠하고, 집에서 딱 맞는 냄비와 통을 챙기는 꿀팁이 아주 유용하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 배달앱에서는 다회 용기 주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 강남·서초·관악구 등의 식당을 시작으로, 김포과 안산 등 경기도까지 확대하는 중이다. 번거롭지만 빈 그릇은 따로 반납 신청을 하면 수거해간다. 배달 시 일회용 수저와 포크를 받지 않는 것만으로도 소나무 약 35만 그루를 심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상 속 작은 변화가 친환경으로 이어지니 하나씩시도하고, 정복해보는 건 어떨까? 이번 주는 용기내 챌린지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염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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